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는 항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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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안전교육원장 겸 교수
다가오는 추석은 최장 10일에 달하는 황금연휴다. 여행업계는 이 기간에 맞춰 장거리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항공사에서는 최고의 성수기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요즘에는 대형 항공기 사고 발생 사례가 적다. 사고율은 마치 로또 당첨 비율 정도라고 할까. 승객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탑승해도 좋다는 얘기다.

항공기 사고가 적어진 데는 항공안전관리시스템(SMS·Safety Management System) 영향이 크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비행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건을 조사한 후 이에 대한 사후 조치(Reactive Active)로 ‘항공안전 비행’ 대응방안을 마련하곤 했다.

그러나 2008년 국내 항공사는 SMS제도를 도입한 후 사고의 잠재요소인 위험요소(Hazards)를 미리 찾아내거나 예측하는 적극적인 조치(Proactive Active) 또는 예측적 조치(Predictive Active)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SMS 제도는 항공안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선(先)조치적인 안전관리활동을 말한다. 항공안전관리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소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다.
 
요즘 국내 항공사의 안전문화(Safety Culture)는 자율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항공종사자가 고의가 아닌 실수를 해 자율적으로 보고를 하면 이를 징계하지 않고 용납하므로 처벌이 무서워 숨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조종사의 실수를 자발적으로 보고하게 하고, 해당 실수를 다른 조종사에게 전파시켜 추후에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 항공사고를 줄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규정 위반을 용서한다는 것은 아니다. 위반한 종사자들을 과감하게 처벌하는 공정문화(Just Culture) 또한 정착돼 있다.

영화 〈레인맨〉에서 자폐증 환자인 형(더스틴 호프만)은 한 번도 추락한 적이 없는 호주의 ‘콴타스항공’만을 타겠다고 고집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콴타스 항공사는 1951년 이후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70여년 전통의 안전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항공기 정비에 대한 신뢰성이 높다. 또 조종사 실수를 동료에게 전파해 소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항공안전에 있어서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SMS제도를 도입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국내 항공종사자들은 상향식(Bottom–up) 방식을 통해 항공안전에 저해되는 실수를 기록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보고한다. 이는 다른 동료들이 동일한 실수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최고관리지 및 중간관리자들의 경우, 하향식(Top down) 방식을 통해 안전정책과 절차를 준수하고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켜 가고 있다. 이번 추석 황금연휴에 안심하고 비행기를 이용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글=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안전교육원장·교수

입력 : 2017.09.05

 

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286&NewsNumb=201709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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