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 “인간, 날개 없지만 뛰어난 머리로 비행… 우주관광 상용화 머지않아”

Facebook twitter -->‘비행의 시대’를 쓴 장조원 교수
◇비행의 시대/장조원 지음/680쪽·2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인간은 날개가 없다. 그럼에도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말장난 같지만 본능적으로 가지지 못한 능력을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행기에는 인간의 숙명적 갈망이 담겨 있다.

“맞아요. 비행 연구를 하다 죽은 사람도 많아요. 글라이더 개발의 선구자인 오토 릴리엔탈은 새의 날개와 꼬리 모양을 본떠 글라이더를 만들었죠. 하지만 1896년 8월 비행 중 17m 상공에서 추락해 사망했어요. 헛된 죽음은 아니에요. 그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됐고 이를 본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관심을 가지게 됐거든요.”

24일 만난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55·사진)는 열정적으로 비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비행기의 원리와 역사부터 근대 로켓의 선구자 치올콥스키, 최고의 공기역학자 프란틀, 2차 세계대전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꼽히는 더글러스 베이더,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까지 비행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을 최근 출간했다.

“인간은 날개가 없지만 뛰어난 머리가 있어 나는 것이 가능했죠. 비행의 역사에서 정말 주목할 시기는 1804년이에요. 조지 케일리가 새처럼 날개를 위아래로 퍼덕여야 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고정식 날개의 글라이더를 만들었습니다.”

장 교수는 미국의 천재 항공기 설계자 앨버트 버트 루탄도 비행의 역사를 바꾼 인물로 꼽았다. “1986년 12월 루탄이 만든 보이저 호가 3180kg의 연료를 싣고 무려 9일 3분 44초 동안 공중 급유 없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았어요. 그런 기술이 아직 상용화하진 못했지만, 현재 항공기술은 ‘더 빠르게 더 높게’에서 ‘더 안전하게 더 저렴하게’로 바뀌고 있죠.”

책에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환영할 내용도 많다. 세계 최초의 실용 제트전투기 ‘Me 263’,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벨X-1’, 꼬리날개가 없는 ‘B-2 폭격기’, 현존 최강 전투기 ‘F-22’ 등이 사진 등 풍부한 자료와 함께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하늘을 나는 기차’로 불렸던 DC-3를 좋아합니다. 1930년대 엔진 덮개를 장착하고 간섭 항력을 줄이는 신기술이 모두 도입된 획기적인 여객기였죠. 1954년 국내 세 번째로 도입된 DC-3 우남(이승만 대통령 아호)호는 아직도 인하대 광장에 전시돼 있죠.”

비행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늘을 볼 수 있는 투명 지붕 비행기부터 로켓으로 전환되는 복합엔진을 가진 비행기가 개발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저렴하게 우주여행 하고 싶으시죠? 지구에서 100∼160km 고도까지 올라가 별과 푸른 지구를 보면서 무중력을 6분 정도 경험하는 준궤도 우주관광이 가능하게 될 겁니다. 터보팬 엔진을 가진 ‘화이트 나이트’ 비행기가 우주에 나갈 스페이스 십을 싣고 고도 15.2km까지 올라간 후 우주로 쏘아 보냅니다. 스페이스 십은 지구 110km까지 올라가는 탄도비행을 하고요. 상용화가 머지않았어요.”

차세대 ‘6세대 전투기’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하는 기능을 가진 무인전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파일럿이 일정 이상의 중력가속도에 못 견디다 보니 비행기의 움직임에 한계가 있었어요. 하지만 무인전투기라면 순간적으로 방향을 역으로 바꾸는 비행도 할 수 있죠. 인간이 조종하는 비행기로는 대적하기 어려울 겁니다. 인간의 본능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하늘과 관련된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